:: 글답변 ::
이 름
패스워드
이메일
홈페이지
옵 션
html
제 목
> > > 교구 사제로 살면서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하고 있는 덩치는 큰, > > 마음씨 고운 후배 신부가 있습니다. 그 신부는 몸집만큼 마음이 넓어, > > 그를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다 감동을 받는답니다. 얼마 전, > > 일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그 신부 사무실 근처를 지나면서 > > 불쑥 찾아가 차를 얻어 마신 적이 있습니다. > > 나를 보자 반겨주던 그 신부는 직접 산 원두콩을 스스로 볶아 내린 커피를 주었습니다. > > 후배 신부가 직접 볶고, 갈고, 내려준 커피라 그런지 커피 맛을 모르지만 > > 나는 맛있게 마셨습니다. 그리고 대화를 하는데, > >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. > > 후배 신부는 나에게 좀 기다려 달라 당부하더니, 20분 정도 밖에서 손님들을 맞이했습니다. > > 손님들이 가셨는지, 후배 신부는 맑은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에 들어왔습니다. > > 미안한 마음이 든 나는 “선약이 있으면 말을 하지 그랬어? > > 그러면 이 시간을 피해서 왔거나, 다음에 왔을 텐데”라고 말했습니다. 그러자 후배 신부는 > > “아냐, 형. 선약은 없었어. 지금 이 사무실 근처에 우리 단체를 후원해 주는 > > 여러 업체가 있는데 거기서 실무를 하는 분들이 있어. > > 그분들 중에서 아는 직원 3명이 점심 먹은 후, > > 무작정 나를 찾아온 거야. 가끔 여기저기, > > 나를 아는 사무 관련 직원분들이 점심 먹은 후 여기 놀러 와서 차 한 잔 마시고, > >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곤 하거든.” > > “그래? 네가 얼마나 좋으면 그러겠냐. 그런데 그분들은 여기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니?” > “방금 왔다 간 분들은 어제, 오늘 오전에 직장 상사랑 갈등이 있었나 봐. > > 그래서 직장 상사 뒷담화를 하다가 가셨어.” > > “야, 재밌다. 점심 식사를 한 후, 일반 분들이 사제인 너를 찾아와서 > > 직장 상사 뒷담화도 하고. 상황이 재미있네.” > > “좀 전에 오신 분들은 가기 전에 내게 이런 말을 해 주고 갔어. > > ‘신부님 아니었으면, 오늘 오후에 사표를 썼을 텐데, 다시 마음잡고 사무실로 갑니다. > > 신부님, 그냥 고맙습니다.’ 헤헤. 요즘 나, 이렇게 살아.” > > “그래, 그분들이 직장 상사 뒷담화를 하면, 너는 그분들에게 어떤 피드백을 주니?” > > “피드백은 무슨. 그냥 그분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만 보는데. > > 그분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을 그저 듣고 있다가 추임새 정도만 하고. > > 그게 다야.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이 좋은가봐.” > > 신학교를 다닐 적에 사제 수업을 받을 때마다 ‘사제란?’ > > 이 물음에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. > > 그리고 사제의 삶을 배우면서 > > ‘사제란 누군가의 필요에 도움을 주는 사람’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. > > 그래서 사제로 살아가는 동안 마음 한구석에는 > >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. > > 그런데 그날 후배 신부를 만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. > > 그중에 하나가 ‘사제란’에 대한 물음에 또 하나의 묵상 거리를 만난 것이었습니다. > > ‘사제란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 사람.’ > > 사실 사제로 사는 동안 도움을 주는 사람의 역할을 하다 보니, > > 때로는 사제의 도움에 대한 도움을 받는 타인의 반응에 예민한 적이 많았습니다. > > 심지어 사제의 도움에 도움받는 타인이 적절한 반응을 하지 않으면, > > 도움은 주지만 서운한 마음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. > > 그런데 사제란 ‘그냥 있어주는 사람’의 역할만 묵묵하게 잘 할 수 있다면, > > 사제로 사는 동안 많은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듯합니다. > > 젊은 시절, 사제란 ‘도움을 주는 사람’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지만, > > 그날 이후 사제란 ‘그냥 있어주는 사람’이라 생각을 자주 합니다. > > ‘그냥 있어주는 사람’의 역할, > > 생각해 보면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삶인 것은 분명합니다. > > > 강석진 신부(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) > > > > > > > > > > > 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. >
링크 #1
링크 #2
파일첨부
왼쪽의 글자를 입력하세요.